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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벙커주차장을 원했지만 매일 편한 주차는 따로 있었다

읽는 시간 약 12분

고가 전원주택을 상담하거나 상품을 기획할 때 벙커주차장은 자주 등장하는 요구사항입니다.

차량을 비와 눈에서 보호할 수 있고, 주차된 차가 외부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건물과 주차공간이 연결되어 있다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편하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벙커주차장이 있으면 고급주택이고 외부주차만 있으면 상품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검토해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나누기 어렵습니다.

벙커주차장이 있어도 경사로 진입이 불편하거나 차량 회전이 어렵고, 주차 후 현관까지의 이동이 복잡한 집이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주차장이지만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고 현관과 가까우며 차량 네 대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집도 있습니다.

구매자가 판단해야 할 것은 벙커주차장의 유무가 아닙니다.

차를 가지고 들어와 주차하고 짐을 내려 집 안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매일 편한가?

이 질문으로 보면 고급 옵션처럼 보였던 주차장이 실제로는 가족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벙커주차장일까

고객에게 필요한 주차방식을 물으면 “차는 지하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또는 “이 가격이면 벙커주차장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라는 답을 듣기도 합니다.

이 말에는 여러 요구가 섞여 있습니다.

  • 차량이 비와 눈을 맞지 않았으면 한다
  • 주차된 차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실내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 여러 대의 차량을 넉넉하게 주차하고 싶다
  • 집의 외관을 차량이 가리지 않았으면 한다
  • 가격에 맞는 고급스러운 구성을 원한다

이 요구가 모두 벙커주차장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 보호가 목적이라면 지붕이 있는 카포트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관 접근이 중요하다면 외부주차장이더라도 현관과 가까운 구조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면 대문과 주차 위치, 조경 배치로 차량 노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고객이 벙커주차장이라는 시설을 원하는지, 그 시설이 해결해 주는 생활문제를 원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같은 벙커주차장도 진입방식이 다르다

벙커주차장은 도로와의 높이 관계에 따라 체감이 달라집니다.

도로와 주차장 바닥의 높이가 비슷하면 급한 경사로 없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차량이 들어온 뒤 건물 내부와 바로 연결된다면 비가 오는 날의 이동도 비교적 편합니다.

반면 도로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는 구조라면 다른 조건을 살펴봐야 합니다.

  • 경사로의 폭이 차량에 충분한가
  • 진입하면서 방향을 여러 번 수정해야 하는가
  • 바닥이 젖거나 얼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가
  • 경사로 아래에서 차량을 돌릴 공간이 있는가
  • 차체가 낮은 차량도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는가
  • 출차할 때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쉬운가

두 집 모두 ‘벙커주차장 2대’라고 표시될 수 있지만 사용하는 경험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면에 적힌 주차대수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고객이 실제 사용하는 차량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주차대수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차량 수는 다르다

주차장에 차량 네 대를 넣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 네 대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차방식에 따라 앞의 차를 빼야 뒤의 차가 나갈 수 있습니다. 벙커 내부에는 여러 대가 들어가더라도 출입구가 하나라면 차량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외부주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대의 주차면이 그려져 있어도 차량 사이의 간격과 회차공간이 부족하면 실제 사용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차량 수만 확인해서도 안 됩니다.

  • 출퇴근 시간이 서로 다른가
  • 자녀가 성인이 되어 별도 차량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가
  • 부모나 자녀 가족이 자주 방문하는가
  • 업무상 방문객이 있는가
  • 대형 차량이나 차체가 낮은 차량을 사용하는가
  • 차량을 자주 바꾸거나 추가할 가능성이 있는가

차량 두 대를 가진 부부라도 각각 자유롭게 출차해야 한다면 독립된 주차면이 중요합니다. 차량이 한 대뿐이어도 방문객이 많다면 손님 차량이 머물 공간이 필요합니다.

주차장의 가치는 몇 대가 들어가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차량이 다른 차를 움직이지 않고 나갈 수 있는가에서 갈릴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주차장보다 현관 연결이 중요해진다

벙커주차장의 대표적인 장점은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량에서 내린 뒤 다시 외부로 나가 계단을 올라야 한다면 기대했던 편의가 줄어듭니다. 주차공간에 지붕은 있지만 현관까지 비를 맞아야 하는 구조도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주차장이더라도 현관 바로 옆에 있고 지붕이나 캐노피로 동선이 이어지면 장을 본 물건을 옮기기 편할 수 있습니다.

구매자는 주차공간만 보지 말고 한 번의 귀가 과정을 따라가야 합니다.

  1.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
  2. 차량을 회전시켜 주차한다.
  3. 아이나 반려동물이 내린다.
  4. 트렁크에서 장바구니와 짐을 꺼낸다.
  5.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계단을 몇 번 이용하는지, 비를 맞는 구간이 있는지, 무거운 짐을 얼마나 이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주차장이 고급스럽게 보이는 것과 귀가가 편한 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벙커주차장이 생활공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벙커주차장은 단순히 차량만 보관하는 공간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택에 따라 창고, 기계실이나 취미공간과 연결할 수 있고 외부에 노출하고 싶지 않은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전거와 캠핑용품처럼 차량 가까이에 두면 편한 물건도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 옆에 공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공간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허가된 용도와 구조, 환기와 방수, 소방 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 공간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관련 도면과 서류를 확인하고 전문가 또는 관할 기관을 통해 가능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구매 시점에는 다음을 구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현재 승인된 주차 및 부속공간
  • 실제로 설치되어 있는 시설
  • 판매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변경
  • 별도의 검토와 절차가 필요한 계획

‘나중에 이렇게 쓰면 된다’는 설명은 현재 가능한 사용과 같지 않습니다.

외부주차는 부족한 상품이 아니라 다른 선택이다

외부주차장은 차량이 노출되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건물 앞에 차량이 늘어서면 마당이나 주택 외관의 인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지가 도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면 진입과 출차가 단순합니다. 경사로를 내려갈 필요가 없고 차량의 높이나 종류에 대한 제약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방문객 차량을 유연하게 수용하기도 쉽습니다. 주차공간과 마당의 경계를 조정할 수 있다면 필요에 따라 외부공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주차의 약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습니다.

  • 주차 위치를 현관 가까이에 배치
  • 카포트나 주차 지붕 검토
  • 대문에서 주차면까지 회차 동선 확보
  • 조경으로 차량 노출 완화
  • 택배와 방문객 차량을 위한 잠시 정차 공간 마련

다만 카포트나 지붕을 추가하는 경우에도 구조와 규모에 따라 확인할 절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설치 가능성을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벙커주차장이 꼭 필요한 가족

다음 조건이 중요하다면 벙커주차장의 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

  • 차량을 날씨와 외부 노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 차량과 관련 용품을 함께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다
  • 주차장에서 실내로 바로 이동하는 동선을 중요하게 본다
  • 대지 위의 마당과 조경공간을 차량에 빼앗기고 싶지 않다
  • 도로와 주차장의 높이 관계가 진입에 유리하다

이 경우에도 ‘벙커가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 진입과 내부 동선이 가족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외부주차가 더 적합할 수 있는 가족

다음과 같은 가족에게는 잘 설계된 외부주차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 차량이 자주 들어오고 나간다
  • 가족별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
  • 방문객이나 업무 차량이 자주 온다
  • 경사로 운전에 부담을 느끼는 가족이 있다
  • 대형 차량 등 여러 종류의 차량을 사용한다
  • 주차 후 현관까지 짧게 이동하는 것을 우선한다

외부주차를 선택한다는 것은 고급 옵션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 매일 사용하는 방식에 맞춰 주차구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상품기획에서는 벙커부터 넣고 시작하면 안 된다

고가주택을 기획할 때 벙커주차장을 먼저 넣으면 상품의 인상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차장을 지하나 하부에 배치하면서 경사로와 회차공간이 필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대지의 다른 부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건축계획과 공사범위에도 영향을 줍니다.

고객이 실제로 선택하는 집을 만들려면 먼저 다음을 정해야 합니다.

  • 예상 고객의 차량 수
  • 독립적으로 출차해야 하는 차량 수
  • 방문객 주차의 필요성
  • 도로와 대지의 높이 차이
  • 현관 및 생활공간과의 연결
  • 마당과 주차공간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이 조건을 검토한 뒤 벙커가 해결책이라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주차가 고객의 귀가와 출차에 더 편하다면 벙커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상품성을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행사가 만들고 싶은 고급주택과 고객이 매일 편하게 사용할 집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

벙커주차장을 선택한다

차량 보호와 외부공간 확보, 실내 연결이 중요하고 진입 경사와 회차 조건이 적절하다면 벙커주차장이 맞을 수 있습니다.

도면뿐 아니라 실제 차량을 이용해 진입과 출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외부주차에 보호시설을 보완한다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는 편의가 중요하다면 외부주차를 유지하면서 카포트 등 차량 보호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조물 설치 가능성과 현관 연결, 배수와 눈 처리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벙커와 외부주차를 함께 사용한다

가족 차량은 벙커에 두고 방문객이나 자주 사용하는 차량은 외부에 주차하는 혼합 방식도 가능합니다.

다만 주차공간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대지의 마당과 보행동선이 지나치게 줄어들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구매 판단

벙커주차장은 분명 매력적인 시설입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주택의 편의와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구매자가 확인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차장이 지하에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차량이 매일 편하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가?

벙커주차장이 있어도 경사로와 회차, 현관 연결이 불편하면 체감 만족도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외부주차라도 진입이 편하고 독립 출차가 가능하며 현관과 가깝다면 가족에게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시설의 이름보다 귀가와 출차의 전체 과정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을 모든 주택에 일반화할 수 없는 이유

이 글은 벙커주차장과 외부주차 방식을 함께 검토한 상담 및 상품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고객과 현장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대지의 경사와 도로 높이, 건물 배치와 차량 종류에 따라 같은 주차방식도 사용 경험이 달라집니다. 벙커주차장의 공사비와 설치 가능성도 개별 토지와 설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의 결론은 벙커주차장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의 등급을 보여주는 시설로 먼저 선택하지 말고 가족의 실제 주차동선을 해결하는 방식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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